지난 7월 경기도 오산 서부우회도로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사고가 단순한 집중호우 탓이 아니라 설계·시공 불일치와 부실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예고된 인재’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설계도상 보강토 블록 규격(456×527×200mm)과 달리 실제 현장에는 뒷폭이 127mm나 줄어든 블록(450×400×200mm)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뒤채움재는 설계 기준상 최대 골재 크기 100mm 이하로 규정돼 있었으나, 현장에서는 400mm가 넘는 암석과 건설 폐기물로 추정되는 비닐 등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실이 배수 불량과 토압 불균형을 초래해 집중호우 시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무너진 구간은 약 60m지만, 동일 시공사와 공법이 적용된 나머지 구간도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고 이후 후폭풍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공사 감독을 맡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간부 직원 A씨(50대)가 지난 8월 1일 경남 진주시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사고 직전 동료들에게 “오산 옹벽 공사 때문에 외롭고 힘들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씨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두고 “설계·시공 불일치, 품질 검증 부재, 관리·감독 실패가 복합된 구조적 문제”라며, 제도적 보완과 전면적인 안전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로이뉴스(Roi News) 이경호 기자 ]